뻑뻑해진 번호키 때문에 한참을 밖에서 서성였네
며칠 전부터 창고 자물쇠가 영 말썽이었다. 예전에 다이소에서 대충 5천 원인가 주고 산 번호키인데, 이게 야외에 방치해두니 녹이 슬었는지 번호를 맞추는 다이얼이 아주 뻑뻑했다. 평소엔 그냥 한두 번 돌리면 찰칵하고 열리던 게, 이제는 아예 요지부동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택배 박스를 창고에 넣으려는데, 문이 안 열리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원래 이게 4자리 번호인데, 마지막 숫자가 아무리 돌려도 끝까지 안 돌아간다. 윤활제라도 뿌려볼까 싶어서 WD-40을 가져와 뿌려봤는데, 기름만 번들거리고 해결은 안 됐다. 그냥 힘으로 잡아당기면 열릴까 싶어 한 10분 정도 낑낑대다가, 손가락 끝만 다 까질 뻔했다. 예전에 자전거 자물쇠 비밀번호 까먹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스치면서 식은땀이 다 나더라.
대충 싼 거 샀더니 결국 이 사단이 나네
사실 창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 크다. 삼성도어록 같은 전자식 번호키를 달까 고민도 했는데,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이라 그럴 수도 없고. 애초에 하스프(HASP) 걸고 일반적인 수동 자물쇠를 걸어둔 게 문제였나 싶다. 요즘은 도난 방지용으로 나온 견고한 제품들도 많다던데, 괜히 만 원 이하 저렴한 모델을 고른 게 후회됐다. 철물점 사장님한테 전화해보니 그냥 절단기로 자르는 게 제일 빠르다고 하시더라. 근데 막상 집에 그런 큰 공구도 없고, 관리실에 빌리러 가기도 왠지 쑥스럽고 번거롭다. 결국은 쇠톱을 하나 사서 직접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쿠팡에서 검색해보니 쇠톱이 한 7천 원 정도 하더라. 배송비 합치면 자물쇠 하나 값인데,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쇠톱질이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드네
다음 날 퇴근해서 쇠톱을 들고 창고 앞에 섰다. 쇠사슬을 끊는 것보다 자물쇠 고리 부분을 톱질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3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며 톱질을 해도 흠집만 조금 날 뿐, 도통 잘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는데, 자물쇠 하나 못 열어서 낑낑대는 모습이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손목은 아프고, 옷에는 쇳가루가 다 묻고. 그냥 열쇠수리점을 부를까 싶어 검색해보니 출장비가 기본 3만 원에서 5만 원은 기본이라고 하더라. 그 돈이면 맛있는 거나 사 먹지 싶어서 다시 톱질에 집중했다.
결국은 성공했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
한 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쇠톱 날이 나가기 직전에 자물쇠가 툭 끊어졌다. 끊어진 단면을 보니 마음이 참 묘하더라. 겨우 이거 하나 열자고 내 저녁 시간을 다 날린 건가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속은 시원했다. 이제 새로 잠금장치를 사야 하는데, 이번에는 좀 비싸더라도 녹이 안 쓰는 재질로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막상 사러 가면 싼 걸 고르게 될까 봐 걱정이다. 창고에 굳이 비싼 번호키를 달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다시 뻑뻑해져서 톱질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내일 당장 철물점에 가서 적당한 걸로 사 오긴 할 건데, 왠지 또 비슷하게 저렴한 걸 들고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당장 문은 열렸으니 다행이긴 한데, 이 허무함은 뭘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