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던 손잡이가 결국 멈춰버린 날
며칠 전부터 현관문 손잡이가 조금 이상하긴 했다. 아래로 내릴 때 끝까지 툭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한 번씩 걸리는 느낌이랄까. 매일 드나드는 곳이라 ‘나중에 기름칠 한번 해야지’ 생각만 하고 지나쳤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어제 퇴근하고 돌아와 평소처럼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내렸는데, 웬걸, 스프링이 나간 것처럼 덜렁거리고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들어가는 상황이라 더 당황스러웠다. 현관문 도어락이 따로 달려있긴 했지만, 그 아래 달린 수동식 손잡이가 헛돌면서 래치(문틀에 걸리는 부분)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였던 시간
복도식 아파트라 옆집 분들이 지나갈까 봐 괜히 머쓱해서 문 앞에서 쭈그려 앉았다. 휴대폰으로 ‘현관문 손잡이 고장’이나 ‘방화문 손잡이 교체’ 같은 걸 검색해 봤는데, 다들 업체를 부르라거나 구조를 잘 알아야 한다고 해서 더 막막했다. 급한 마음에 집 근처 철물점이라도 가볼까 싶어 시계를 봤더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철물점은 이미 문을 닫았을 테고, 관리사무소에 전화하기엔 너무 소소한 고장 같아서 주저하게 됐다. 결국 30분 정도 문 앞을 서성이다가, 어차피 안 열리는 거라면 드라이버로 손잡이 덮개라도 풀어보자는 생각에 가방을 뒤져 작은 십자드라이버를 꺼냈다.
덮개를 분해하며 마주한 내부의 구조
손잡이 주변의 나사 몇 개를 푸는 건 의외로 쉬웠다. 그런데 막상 덮개를 열어보니 안쪽은 꽤 복잡했다. 녹이 슬어있는 건지 기름때가 엉겨 붙은 건지, 부속품들이 하나같이 뻑뻑했다. 사실 나는 손잡이만 떼어내면 문이 그냥 열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손잡이 안쪽에 있는 그 동그란 구멍과 연결된 래치 부분을 건드려야 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손등으로 문 표면을 대어보며 혹시나 하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얇은 플라스틱 카드나 일자 드라이버를 틈새에 밀어 넣고 래치를 당겨보려 애썼다. 땀이 뻘뻘 났다. 옆집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괜히 더 급해져서 손이 떨리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진땀 빼게 하나 싶었다.
결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았을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문을 열었다. 손잡이 자체는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 조립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근처 마트에서 2만 원대 초반에 산 스텐 재질의 손잡이로 바꾸기로 했다.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설치였다. 기존에 달려있던 건 꽤 오래된 모델이라 구멍 위치가 미세하게 달랐다. 드릴로 구멍을 조금 더 넓히거나 위치를 잡느라 또 한참을 고생했다. 예전에 옷장 손잡이 교체할 때는 5분이면 끝났는데, 방화문은 두께나 무게가 달라서인지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다 달고 나서 문을 몇 번이나 열고 닫아봤다. 뻑뻑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반대로 문이 너무 가볍게 닫히는 기분이라 어딘가 불안하다.
아직도 남은 묘한 찝찝함
새 손잡이를 달고 나니 마음은 편해졌는데, 가끔씩 문을 열 때마다 그때 문 앞에서 쩔쩔매던 기억이 떠오른다. 만약 집에 불이라도 났다면 이런 손잡이 하나 때문에 대피가 늦어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니 소름이 돋았다. 뉴스에서 방화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볼 때마다 ‘그냥 손잡이일 뿐인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고 나니 이게 안전이랑 직결되는 장치라는 게 실감 난다. 그래도 이제는 문이 잘 열리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일은 문 힌지 부분에도 기름칠을 좀 해둬야겠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언제 또 터질지 모르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