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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를 갈았는데도 현관문 도어락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건전지 교체로 해결될 줄 알았던 단순한 오판

퇴근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 평소처럼 도어락에 손을 댔다. 그런데 늘 나던 경쾌한 알림음 대신 둔탁하게 삑삑거리는 소리만 나고 문이 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건전지가 다 닳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로 편의점으로 내려가서 9V 네모난 건전지를 사 왔다. 도어락 하단에 있는 비상 전원 단자에 대고 번호를 누르면 열려야 정상인데, 아무리 갖다 대도 모터가 헛도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날 뿐 걸쇠가 풀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복도 센서등은 몇 초마다 꺼져서 어두워졌고, 그때마다 손을 흔들며 불을 켜야 했다. 날은 추운데 복도에 서서 차가워진 철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왔다. 단순한 방전이 아니라 내부 부품이 아예 고장 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으로 직접 교체해보려던 무모한 생각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봤다. 회사 사무실에 달린 유리문디지털도어락이나 매일 가는 헬스장의 락카번호키는 참 단순해 보이는데, 우리 집 현관문디지털도어락은 왜 이렇게 크고 복잡해 보이는지 원망스러웠다. 쇼핑몰을 뒤져보니 UNICOR 제품이나 예전부터 흔히 보던 조이락도어락 같은 브랜드의 새 제품들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게 올라와 있었다. 손재주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니라서 마음 같아서는 인터넷으로 마음에 드는 걸 주문해서 셀프로 현관도어락교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요즘은 유튜브에 설치 영상도 잘 나와 있으니 굳이 사람을 부를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났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 갇혀 있는 신세인데 셀프 교체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매장에 가거나 사무실 상가에서 흔히 보던 강화도어도어락처럼 구조가 직관적이면 대충 뜯어보기라도 하겠는데, 아파트 방화문에 매립된 방식은 도저히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옛날에 쓰던 아날로그 방식의 보조키가 훨씬 직관적이고 튼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밤중에 결국 도어락 출장 기사님을 부르기까지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9시가 넘어 있었다. 더 지체하다가는 오늘 밤을 밖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해졌다. 녹색창을 켜고 근처 24시 도어락출장 업체를 몇 군데 찾아 전화를 돌렸다. 야간이라 그런지 출장비가 추가로 붙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한 업체에서는 지금 다른 작업이 있어서 저희 집까지 오는 데 대기 시간만 5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다른 곳에 전화해도 사정은 비슷할 것 같아 그냥 와달라고 부탁했다. 복도 계단에 앉아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을 아껴가며 기사님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문이 뻑뻑하거나 소리가 이상할 때 진작 점검을 받아둘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기계라는 게 늘 그렇듯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멈춰 서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생각보다 컸던 현관도어락교체 비용의 씁쓸함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도착한 기사님은 가방에서 커다란 공구들을 꺼내더니 도어락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보셨다. 내부 모티스라는 부품이 완전히 망가져서 안쪽에서 잠금장치를 풀어주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셨다. 결국 기존 도어락을 강제로 파손해서 열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굉음을 내며 드릴로 도어락 몸체를 뚫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속이 쓰렸다. 문이 열린 후 기사님이 트럭에서 몇 가지 교체용 모델을 들고 올라오셨다. 현장에서 바로 고르고 설치를 진행했는데, 출장비와 야간 할증, 그리고 새 제품 가격까지 합치니 총 180,000원이라는 지출이 발생했다. 낮에 여유 있게 제품을 주문해서 직접 바꿨다면 절반 가격에 해결했을 텐데, 닥쳐서 해결하려니 예상치 못한 큰돈이 나가게 되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화장실 고장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망가지는 집안 물건들

돌이켜보면 요 몇 주 사이에 집안에 손볼 곳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화장실도어락이 안쪽에서 헐거워져 손잡이가 아래로 처지더니 결국 문이 잠기지 않아 철물점에서 국산 손잡이를 사다가 겨우 갈아 끼웠다. 그게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거실 벽면에 붙은 전등스위치가 툭하면 접촉 불량인지 껌뻑거려서 손으로 꾹 눌러놓아야 불이 들어오는 상태가 지속됐다. 하나를 고치면 다른 하나가 망가지고, 그게 끝나면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니 집이라는 공간이 아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돈과 노동을 요구하는 유지보수 대상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관문 도어락이 망가진 것도 이런 징크스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도어락을 달았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는 찜찜함

새로 설치된 도어락은 기존 것보다 터치 반응도 빠르고 소리도 부드러웠다. 기사님이 가시고 난 뒤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하고 문을 몇 번 열고 닫아보았다. 분명 해결은 되었는데 이상하게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늘 지출한 비용도 그렇고, 앞으로 또 어떤 기계가 갑자기 멈춰 서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달아놓은 도어락의 보증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설명서를 훑어보았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집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현관문 앞에 서면 느껴지던 특유의 불안감이 당분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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