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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구석에서 자물쇠 하나 때문에 한참을 서 있었다

열쇠 뭉치를 들고 다니는 일의 번거로움

공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매일같이 마주치는 게 바로 자물쇠다. 기계 설비를 점검할 때면 항상 ‘LOTO(Lock-Out, Tag-Out)’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단순히 안전을 위한 절차려니 생각했다. 작업자가 직접 자물쇠를 걸어두고, 내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기계가 돌아가지 않게 물리적으로 막아두는 거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쇠 뭉치가 정말이지 골칫덩이가 됐다. 요즘처럼 스마트한 세상에 아직도 물리적인 열쇠를 챙기고, 잠그고, 또 확인하고 이동하는 과정이 수동적이라 가끔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낡은 샷시 문과 맞지 않는 씨름

얼마 전에는 창고 쪽에 설치된 샷시 도어락이 말썽을 부렸다. 강화도어 보조키를 바꾸고 싶어도 규격이 애매해서 맞는 걸 찾기가 참 어렵다. 인터넷에서 사진만 보고 대충 주문했다가 낭패를 본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결국 동네 철물점에 가서 이거저거 대보고 겨우 맞는 걸 사 왔는데, 막상 설치해보니 문틀이랑 아귀가 딱 맞지 않아 쇠를 갈아내는 작업까지 해야 했다. 대략 3만 원 정도 주고 산 제품인데, 이걸 설치하느라 쓴 시간은 거의 반나절이다. 그냥 부를 걸 그랬나 싶다가도, 부르면 출장비에 기술료까지 붙으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샷시 문은 일반 방문이랑 달라서 한 번 틀어지면 겉잡을 수 없이 어긋나는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문이 아예 안 잠길까 봐 조마조마하며 작업했다.

무식한 방법이 제일 확실할 때가 있다

작업 현장에서는 첨단 AI LOTO 시스템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들려오긴 한다. 기아 오토랜드 같은 곳은 지문 인식이나 NFC로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제어한다는데, 우리 같은 영세한 현장에서는 아직 꿈같은 이야기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묵직한 금속제 자물쇠에 의존한다. 가끔은 너무 낡아서 열쇠가 잘 안 돌아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WD-40을 뿌려가며 어떻게든 돌려보려 애쓰는데, 안 돌아가면 정말 난감하다. 어제는 비상 정지 버튼 근처에 달아둔 잠금장치가 뻑뻑해서 10분 동안 땀을 뻘뻘 흘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는 그냥 새걸로 바꾸라는데, 이게 또 은근히 비용이 나가는 소모품이라 쉽지가 않다. 튼튼한 거 하나 사려고 해도 싼 건 5천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좀 믿음직한 건 만 원이 훌쩍 넘어가니 자꾸 미루게 된다.

시스템의 부재가 가져오는 피로감

잠금장치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안전을 지키려고 쓰는 건데, 가끔은 그 잠금장치를 관리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다. 작업이 끝났는데 열쇠를 다른 작업자가 가져가 버려서 현장에서 한참을 기다린 적도 있다. 무전기로 누가 가져갔냐고 소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 되면 참 허탈하다. 물론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려고 나온 게 LOTO 절차의 본질이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절차보다는 사람의 기억력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관리자가 모든 열쇠를 일일이 대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 조심하자고 다독이는 게 전부다. 이런 비효율적인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혁신을 말하지만, 당장 내 앞의 뻑뻑한 자물쇠는 해결해주지 않으니까.

답답함은 여전한 숙제

결국 어제도 문을 잠그고 퇴근하는 길에 다시 한번 확인하러 돌아갔다. 제대로 걸렸는지, 혹시 헐겁지는 않은지. 습관이 된 건지 강박이 된 건지 모르겠다. 차에 시동을 걸고 공장을 빠져나오는데, 창고 문에 매달린 낡은 금속 자물쇠가 백미러에 보였다. 저걸 바꾸면 조금 편해질까? 아니면 또 다른 불편함이 생길까? 고민만 하다가 그냥 집으로 향했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당장 실행하기엔 귀찮음과 비용이 앞서는 그런 일들이 있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적당히 타협하며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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