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늘 쓰던 베스틴 도어락이 문제였는데, 건전지를 갈 때가 다 된 건지 평소보다 경고음이 좀 잦긴 했다. 건전지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오느라 시간을 좀 썼고, 막상 돌아와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나니 문이 아예 반응을 안 하는 거다. 처음에는 내가 극성이 반대로 들어갔나 싶어서 몇 번을 다시 뺐다 꼈다 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번호판에 불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한 20만 원 정도 주고 설치했던 것 같은데, 벌써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단순한 접촉 불량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땀은 나고 복도는 덥고, 괜히 손댔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은 옆집 이웃이 퇴근길에 쳐다보길래 민망해서 그냥 잠시 나가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문고리와 힌지 문제
결국 밤 9시가 넘어서 열쇠 수리하시는 분을 불렀다. 부르면서도 ‘이게 과연 도어락 기계만의 문제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예전부터 현관 방화문이 아주 미세하게 아래로 처진 느낌을 받았었거든. 문을 닫을 때 ‘철컥’ 소리가 평소보다 좀 더 크게 나기도 했고, 도어락 잠금 핀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날도 있었다. 아저씨가 오셔서 문을 쓱 보더니, 도어락도 문제지만 사실 문이 처져서 힌지 쪽이 어긋난 게 더 크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문 하단 힌지 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기름칠 좀 하면 되겠지 하고 무시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수리비는 출장비 포함해서 8만 원 정도 들었다. 생각보다 비싸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당장 오늘 밤에 못 들어가면 호텔이라도 가야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리 과정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
아저씨는 드릴로 문짝이랑 도어락 사이를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보통 사무실 도어락 고장 났을 때 본 적은 있는데, 내 집 현관문을 뜯어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유리문 잠금장치나 다른 특수한 문들은 모르겠지만, 방화문은 의외로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예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저씨가 문을 살짝 들어 올려서 힌지 볼트를 조이고 나니, 거짓말처럼 도어락도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러니까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문이 처져서 센서가 잠겼다고 인식을 제대로 못 했던 모양이다.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건전지 사러 뛰어다니며 땀 빼지 않아도 됐을 텐데. 도어락 하나 고치려다 문짝 전체를 다시 조율하는 상황이 되니, 뭔가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남은 찜찜함
사실 돈도 돈이지만, 저녁 시간이 통째로 날아간 게 제일 아까웠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아저씨는 나가시면서 다음에 문이 또 처지면 힌지를 아예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힌지 교체비용이나 문짝 수리비를 생각하면 차라리 문을 새로 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또 일이 너무 커지니까. 도어락만 교체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나의 단순한 기대가 현실 앞에서는 아주 무력하게 깨진 셈이다. 수리가 끝난 뒤 문을 열고 닫아보는데, 이제는 아주 부드럽게 잘 열린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남는다. ‘언제까지 이 힌지가 버텨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수리해주시는 분은 쿨하게 가셨지만, 나는 한참 동안 현관 앞에 서서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도어락과 문짝 사이의 미묘한 관계
이게 참 웃긴 게, 다들 도어락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정작 문이 어떻게 매달려 있는지는 잘 신경 안 쓰지 않나. 나도 이번에야 알았다. 도어락이 최첨단이든 구식이든, 결국 문이 똑바로 서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예전에 누가 그러더라. 샤시 레일 수리나 문짝 수리 같은 건 결국 시간 문제라고. 언젠가는 다 틀어지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막상 내 집 문이 그러고 있으니 그 말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어쩌면 도어락 건전지를 갈아끼우는 것보다, 문이 쳐지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한 관리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돈은 나갔고 시간도 썼지만 말이다.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당황하지 말고 일단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위로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번호를 눌러봐야겠다. 아저씨가 마지막에 살짝 알려주신 팁인데, 이게 되면 힌지가 문제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하셨다. 오늘 8만 원으로 배운 일종의 수업료라고 생각해야지. 그래도 여전히 문을 닫을 때마다 소리에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잠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현관문을 한 번 더 쳐다봤다. 아무 일 없이 잘 닫혀 있긴 한데, 이게 내일도, 모레도 그럴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당분간은 건전지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으면서도, 왜 이렇게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은 건지 모르겠다.

힌지 문제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내부 부품부터 고장나면 진짜 난감하더라구요.
힌지 볼트를 조이는 순간, 정말 센서가 오작동했던 거였네요. 문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얼마나 당황했을지 상상이 가기도 합니다.
힌지가 문제라는 말씀, 정확하셨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팁을 기억해두긴 했는데, 그때는 뭔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