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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

어제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현관문 앞에 서서 무의식적으로 번호를 누르려다가 멈칫했다. 평소처럼 손가락이 움직여야 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 거다. 분명 매일 누르는 번호인데 왜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지 당황스러워서 한참을 서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 일부러 눈을 감고 심호흡도 해봤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정확한 숫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집 앞에서 멍하니 서 있던 시간

한 10분 정도는 제자리에서 맴돌았던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식은땀이 나는지 모르겠다. 옆집 사람이 지나가는데 괜히 눈치 보여서 휴대폰 보는 척하다가 다시 키패드를 쳐다봤다. 사실 우리 집 도어락은 유니터치 제품인데, 산 지 꽤 돼서 그런지 가끔 키패드 반응이 느릴 때가 있다. 괜히 기계 탓을 해보면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봐도 막막했다. 혹시나 해서 평소 사용하는 패턴을 몇 번 시도했는데, 결국 ‘삐빅’ 소리와 함께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틀려서 그런지 한동안 먹통이 된 것 같아서 더 초조해졌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볼까 고민하다가

한참을 고민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열쇠 업체를 불러야 하나. 새벽도 아니고 저녁 7시 무렵이라 업체가 올 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본 도어락 비개문 비용 논란이었다. 새벽에 부르면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낮에 불러도 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 부른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선뜻 연락하기가 무서웠다. 배곧 근처 업체라도 찾아봐야 하나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는데, 에버넷이나 LOCPRO 같은 다른 브랜드 도어락 비번 분실 사례들이 주르륵 나오는 걸 보니 남들도 다 이런 일을 겪는구나 싶어서 괜히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문을 열어야 하는 건 나니까 그 안도감도 잠시였다.

결국 시도해 본 셀프 해결책들

인터넷에 잠긴 문 여는 법을 검색해보니 온갖 방법이 다 있었다. 클립을 사용하라거나 특정 버튼을 누르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는 문틈을 벌려서 강제로 여는 방법까지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려니 내 도어락은 너무 튼튼해 보였고, 괜히 건드렸다가 고장 나면 교체 비용이 더 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예전에 라맥스 제품을 쓰던 지인이 강제로 열려다가 문짝 다 긁어먹고 결국 도어락까지 새로 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기억나서 섣불리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보니 배가 고픈 건지 당황해서 그런 건지 속이 울렁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의 기억

한 시간쯤 지났을까, 포기하고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나 한 잔 마실까 하고 뒤돌아서는데, 갑자기 예전에 메모장에 적어뒀던 숫자가 머리를 스쳤다. 아, 이거였나? 싶어서 다시 도어락 앞으로 돌아갔다. 손을 벌벌 떨면서 누르는데 마지막 숫자를 입력하고 ‘별표’를 누르니 문이 찰칵하고 열렸다. 정말 허무했다. 1시간 동안 나는 여기서 대체 뭐 한 거지 싶고, 이 기억이 왜 이제야 났는지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도어락은 생각보다 너무 담담하게 열렸고, 나는 그냥 그렇게 집으로 들어왔다.

그날 밤의 찝찝한 기분

막상 들어오니까 안도감보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만약 정말로 기억이 안 났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출장비를 얼마를 냈을까. 아니면 문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을까. 현관문 하나 열고 닫는 게 이렇게 큰일이 될 수 있다는 게 새삼 무서웠다. 요즘은 AI 도어락이니 뭐니 해서 스마트폰으로 연동하는 제품도 많다던데, 그런 걸 썼다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결국 사람 머리가 문제지, 기계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다음에는 정말 비밀번호를 어디 적어두든가 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지문 인식되는 걸로 바꾸든가. 근데 막상 또 괜찮아지니 귀찮아서 그냥 지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참 별일 아닌데도 그날의 기억은 꽤 오래갈 것 같다.

“도어락 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에 대한 4개의 생각

  1. 저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어요. 엉뚱한 숫자들을 계속 눌다가 문득 메모지에 적어둔 걸 발견하는 순간이 있죠. 생각보다 엉망진창으로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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