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문이 안 열릴 것 같았다
어제 저녁 퇴근길에 현관문 앞에서 꽤나 진땀을 뺐다. 집에 도착해서 늘 하던 대로 혜강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평소처럼 삑삑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뭔가 묘하게 반응이 둔했다. 원래는 1234를 누르고 별표를 치면 철컥 하고 문이 열려야 하는데, 어제는 숫자를 다 누르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손가락에 기름기가 묻었나 싶어서 옷에 쓱쓱 닦고 다시 눌러봤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지니까 오히려 손가락이 더 떨려서 엉뚱한 번호를 자꾸 누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경고음이 삐- 하고 울리는데 진짜 십 년 감수했다. 이런 디지털 도어락이 고장 나면 정말 답이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혜강 도어락 모델명을 겨우 확인했다
한참을 밖에서 서성이다가 땀을 닦고 밑을 보니 내 도어락이 혜강씨큐리티의 RT301 모델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이사 올 때 집주인이 대충 달아놓은 거라 별생각 없이 썼는데, 막상 고장이 의심되니 이 조그만 기계가 세상에서 제일 원망스러웠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솔리티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소식도 보이고, 사람들이 쓴 글들이 주르륵 나왔다. 십만 원 초중반대면 새로 산다는데, 지금 당장 문을 못 여는 상황에서 새로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샷시문이나 방화문에 달린 다른 도어락들 사진을 보니까 내 거는 유난히 구형처럼 느껴져서 더 마음이 복잡했다.
무작정 버튼을 눌러보다가 설정을 건드린 것 같다
비밀번호 누르는 방식이 묘하게 바뀐 게 아마 내가 그 좁은 복도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허둥지둥 설정을 건드린 모양이다. 예전에는 그냥 번호만 누르면 됐던 것 같은데, 이제는 무슨 매너 모드인지 뭔지 소리도 잘 안 나고 자꾸 딜레이가 생긴다. 솔리티로 사명이 바뀌고 어쩌고 하는 기사들을 대충 훑어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이런 기계 다루는 데에 무지할까 하는 자괴감도 잠깐 들었다. 사실 근처에 있는 열쇠집 아저씨를 부를까 고민을 한 5분 정도 했는데, 출장비가 얼마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밤늦은 시간에 부르기도 미안해서 그냥 참고 들어갔다. 결국 문은 열렸지만, 이게 나중에 다시는 안 열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샷시문 도어락 수리인지 교체인지 고민되는 밤
오늘 아침에 다시 나가면서 보니까 도어락 외관이 꽤 낡아 있었다. 혜강 제품이 예전에는 가성비가 좋아서 많이 썼다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도 고민 없이 썼던 게 화근이었나 싶다. 요즘 나오는 삼성 디지털 도어락 같은 것들은 좀 나을까 싶어서 검색창에 몇 번 쳐봤지만, 막상 교체하려면 문에 맞는 사이즈부터 확인해야 하고 생각보다 머리 아픈 일이었다. 오토힌지나 다른 부속들도 다 낡았을 텐데, 도어락 하나 바꾼다고 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당분간은 소리가 조금 이상해도 조심조심 쓰기로 했다. 어차피 전문가를 부른다고 해도 똑같이 혜강 구형 모델이나 솔리티 새 모델로 바꾸는 것뿐일 텐데, 그게 내 불안을 완전히 없애줄 것 같지는 않다.
어설프게 고치려다가 더 망가질까 봐 걱정이다
결국 어제 일을 겪고 나니 도어락이라는 게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다가 갑자기 작동이 안 되니까 일상이 완전히 마비되는 기분이다. 문손잡이나 현관 방화문에 달려 있는 이 사소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내 집에 들어가는 유일한 열쇠라는 게 새삼스럽게 무겁게 느껴졌다. 수리 기사님을 부르면 금방 해결해주시겠지만, 그 비용을 들이고 나서도 또 언젠가 이런 날이 오겠지 싶으니 선뜻 전화번호를 누르기가 어렵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서 비밀번호를 누를 때, 제발 한 번에 철컥 소리가 나주길 바랄 뿐이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열쇠집 아저씨를 부르길 망설이는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좁은 복도에서 당황한 상황 묘사가 정말 생생하네요.
전혀 공감합니다. 제가 지난달에 비슷한 경험 때문에 밤새도록 머리 싸대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황당하네요.
RT301 모델이 오래된 거 보니, 샷시문 도어락도 같이 점검해봐야겠어요.
RT301 모델이 혜강씨큐리티로 되다니, 오래된 도어락은 진짜 겪어보면 얼마나 답답할지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