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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문에 전자도어락을 직접 달아보려다 구멍만 잔뜩 뚫었다

오래된 나무 문에 도어락을 달기로 마음먹은 이유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재로 쓰는 방의 독립된 공간 확보가 절실해졌다. 아이들이 수시로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는 것도 신경 쓰였고, 중요한 서류를 방에 둘 때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열쇠로 잠그는 일반 방문 손잡이를 새로 살까 하다가, 매번 열쇠를 챙겨 다니는 게 귀찮을 것 같아 디지털 번호키를 달아보기로 했다. 현관문에 쓰는 삼성SDS도어락 같은 튼튼하고 큰 제품도 알아봤지만, 방 내부에 다는 나무 문이라 굳이 그렇게 거창한 것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한참 뒤적거리다가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부담 없는 밀레도어락 제품을 7만 5천 원 정도에 주문했다. 배송 상자를 뜯을 때만 해도 주말에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조립 작업 정도로만 생각했다.

방화문용과 목문용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오는 당혹감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신나서 기존에 달려 있던 동그란 방문 손잡이를 드라이버로 해체했다. 그런데 손잡이를 떼어내고 난 뒤에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산 제품은 일반적인 철제 현관문에 다는 방화문용 도어락 기준이었고, 내 서재 문은 아주 낡은 나무 문, 즉 목문이었다. 방화문은 두께도 일정하고 문 측면에 들어가는 잠금장치 뭉치(모티스)의 규격이 거의 표준화되어 있는데, 나무 문은 안쪽이 비어 있거나 나무 판재를 덧댄 구조라 고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게다가 문 측면에 쇠붙이가 들어가는 홈의 크기가 새로 산 도어락의 모티스 크기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냥 나사만 박으면 고정될 줄 알았는데, 힘을 받아야 하는 몸체가 헐거워서 고정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그냥 돈을 좀 더 주고 동네 열쇠 집에 의뢰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처음으로 밀려왔다.

모티스 규격 불일치로 급하게 찾아 헤맨 보강판

문 옆면의 기존 걸쇠 자리를 자로 재어보니 길이가 거의 28cm에 달했다. 새로 산 번호키에 들어있는 모티스 부품은 겨우 10cm 남짓이었는데, 이걸 그대로 끼워 넣으면 위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힁하니 뚫려 내부 나무 자재가 그대로 노출되는 꼴이었다. 인터넷을 급하게 검색해 보니 이 빈 공간을 메워주면서 도어락을 고정할 수 있는 목문용 보강판이 따로 필요하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져 토요일 오후에 집 근처 전철역 뒤편에 있는 낡은 철물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사장님께 상황을 설명하니 쇠로 된 널찍한 보강판을 하나 꺼내 주셨는데, 6천 원을 달라고 하셨다. 부품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벌써 진이 다 빠졌지만 이미 문 손잡이는 떼어낸 상태라 되돌릴 수도 없었다.

주말 오후 내내 땀 흘리며 나사못과 씨름했던 설치 과정

본격적으로 설치를 시작했는데 나무 문이라 그런지 나사를 조일 때마다 나무 가루가 하얗게 떨어졌다. 오래된 나무라 나사를 너무 세게 조이면 안쪽에서 나무가 으스러지며 헛돌았고, 그렇다고 살살 조이면 도어락 본체가 좌우로 흔들렸다. 보강판을 대고 수평을 맞추려고 애를 썼지만, 혼자서 문 앞뒤로 무거운 본체를 잡고 나사를 박으려니 손이 세 개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문틀 쪽에 잠금쇠가 들어가는 홈도 규격이 안 맞아서 결국 조각칼을 가져와 나무 문틀을 조금씩 깎아내야 했다. 쓱싹거리는 소음과 사방으로 튀는 나무 부스러기 때문에 거실에 있던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작업은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꼬박 2시간 반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조립을 마쳤다.

삐딱하게 완성된 문을 보며 밀려오는 미련과 찝찝함

어찌저찌 비밀번호를 등록하고 문을 닫아보니 작동은 된다. ‘띠리릭’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릴 때는 잠깐 뿌듯하긴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영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급하게 사 온 보강판이 문 색깔과 안 맞아서 혼자 튀어 보이고, 문틀을 조각칼로 어설프게 깎아낸 자리는 삐뚤빼뚤해서 보기 흉하다. 게다가 문을 닫을 때마다 꽉 맞물리지 않고 약간 덜컹거리는 유격이 느껴진다. 처음에 동네 열쇠점에 문의했을 때 출장 설치비용으로 5~6만 원 정도 부르길래 아까워서 셀프로 시작한 건데, 그냥 전문가를 불러서 깔끔하게 구멍 뚫고 달았으면 정신 건강에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쓰다 보니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좀 심해진 것 같은데, 조만간 문을 다시 뜯어내고 손을 봐야 할지 그냥 이대로 흐린 눈을 하고 살아야 할지 아직도 결정을 못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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