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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수납함 뚜껑을 고치려다 손만 잔뜩 고생했다

무거운 수납장 뚜껑이 덜컹거리기 시작했을 때의 고민

집에 있는 나무 수납벤치가 문제였다. 3년 전쯤인가 이사 올 때 나름 수납공간이 넉넉해서 요긴하게 쓰겠거니 하고 장만했던 가구다. 주로 두꺼운 겨울 이불이나 자주 안 꺼내는 물건들을 가득 채워두는 용도로 썼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쇳소리가 나더니, 급기야 지난주에는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대충 안을 들여다보니 나무 판재에 고정되어 있던 나사못 주변이 뜯겨 나가 있었다. 뚜껑 무게가 제법 묵직한 편인데도 얇은 장롱경첩 같은 철물이 양끝이랑 가운데에만 덜렁 세 개 박혀 있었으니 애초에 버티기 힘든 구조였던 것 같다. 겉보기엔 아직 멀쩡한 가구라 그냥 내다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쓰자니 뚜껑을 열 때마다 완전히 분리되어 떨어질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일반 가구용 경첩 대신 길쭉한 피아노경첩을 선택한 이유

처음에는 망가진 부품만 새걸로 바꾸면 될 줄 알고 인터넷에 도어힌지나 한샘경첩 같은 일반 가구용 철물을 주로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수납함 뚜껑의 가로 길이가 120센티미터에 달해서 똑같이 몇 개의 지점만 고정하는 방식으로는 얼마 못 가 또 나무가 뜯어질 게 뻔해 보였다. 지인이 가벼운 아크릴 상자 같은 거 고칠 때 쓰는 아크릴경첩을 써보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15킬로그램은 족히 나가는 나무 뚜껑에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문을 열었을 때 고정해주는 가스쇼바를 추가로 달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관두었다. 결국 인테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한참 뒤적거리다가 피아노 건반 뚜껑처럼 전체 길이를 다 덮어주는 피아노경첩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힘이 한군데로 쏠리지 않고 길쭉한 쇠뭉치가 하중을 통째로 받아주니까 훨씬 튼튼하게 버틴다는 설명에 솔깃했다. 헤펠레경첩처럼 깔끔하게 매립하는 건 내 손재주로 불가능해 보였기에, 차라리 겉으로 드러나더라도 튼튼한 이걸로 고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온라인 철물몰에서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며 겪은 번거로움

바로 고쳐보고 싶은 마음에 동네에 있는 조금 큰 철물점을 두 군데나 가봤는데, 이런 특이한 규격의 길쭉한 철물은 아예 취급을 안 하거나 30센티미터짜리 짧은 것만 갖다 놓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스마트스토어의 어떤 철물몰에서 필요한 길이만큼 재단해 주는 제품을 찾아 주문했다. 내가 고른 건 90센티미터짜리 스테인리스 재질이었는데, 물건 자체는 6,800원 정도로 크게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규격 외 크기라서 그런지 일반 배송비가 아니라 특수 배송비가 청구되어 배송비만 5,000원이 더 붙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었지만 을지로까지 직접 갈 시간은 없었기에 그냥 결제했다. 그렇게 주문하고 주말을 끼고 약 4일이 지나서야 길쭉하고 허술하게 포장된 박스가 도착했다. 포장을 뜯어보니 얇고 길쭉한 쇳덩어리가 나왔는데 가장자리가 날카로워서 손을 다칠 뻔했다. 게다가 같이 주문한 경첩볼트 길이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서, 우리 집 수납장 판재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아 집에 뒹굴어 다니던 짧은 나사를 다시 찾아내느라 한바탕 소동을 피워야 했다.

간격을 맞추며 나사못을 하나씩 박아넣는 지루한 과정

토요일 오후에 거실에 돗자리를 깔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혼자서 90센티미터짜리 쇠막대기를 고정하면서 무거운 문짝의 수평을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사를 박으려고 힘을 주면 자꾸 경첩이 미끄러지거나 어긋나서 짜증이 밀려왔다. 결국 급한 대로 집에 굴러다니던 마스킹 테이프로 억지로 문짝과 쇠붙이를 고정해 가며 겨우 위치를 잡았다. 피아노경첩은 구조상 구멍이 거의 3센티미터 간격으로 촘촘하게 뚫려 있어서 나사를 박아야 하는 개수만 해도 20개가 넘었다. 집에 있는 미니 전동 드라이버로 해결해보려 했으나, 벤치 프레임이 생각보다 단단한 합판이라 힘이 부족해서 헛돌기만 했다. 결국 수동 십자드라이버를 들고 온 체중을 실어 나사를 하나씩 박기 시작했다. 대여섯 개쯤 박았을 때 이미 손바닥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손목 통증이 밀려왔다. 중간에 나사 머리가 뭉개지는 바람에 뺀찌로 억지로 다시 돌려 빼느라 시간만 더 허비했다. 그냥 사람을 부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설치를 끝내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삐딱해 보이는 문짝

결국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두 시간 반 만에 작업을 끝마치고 수납장 뚜껑을 올려 닫아보았다. 다행히 예전처럼 삐걱거리거나 주저앉는 느낌 없이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문이 닫히긴 했다. 확실히 튼튼하게 고정된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가구 정면에서 가만히 살펴보니 왼쪽 귀퉁이 부분이 오른쪽보다 3밀리미터 정도 미세하게 튀어나와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나사를 차례대로 박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쇠가 밀렸거나, 내가 힘 조절을 잘못해서 수평이 나간 모양이었다. 이미 손목에 힘이 다 빠진 상태라 그 수많은 나사못을 다시 다 풀어서 조정을 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주는 가구도 아니고 방 구석에 박아두고 쓰는 용도니 그냥 이대로 쓰기로 타협했다. 삐딱하게 벌어진 틈새가 눈에 밟힐 때마다 약간의 찝찝함이 남지만, 손가락 아파가며 생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다시 뜯고 싶지는 않다. 고치긴 고쳤는데 어딘가 엉성한 DIY의 전형적인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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