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상가 유리문이 갑자기 속도를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상계동 골목길에 작은 작업실 겸 사무실을 얻은 지 이제 겨우 1년이 좀 넘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다는 건 알고 들어왔지만, 설마 출입문이 복병이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문이 닫힐 때 아주 미세하게 쇳소리가 나는 정도였다. 그냥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문이 거의 자유낙하하듯이 빠른 속도로 쾅 닫히기 시작했다. 손님이 들어오다가 문에 끼일 뻔한 아찔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고 나서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냥 놔두다가는 강화유리가 깨져서 더 큰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혼자서 고쳐보겠다고 유튜브를 뒤적거리던 무모한 시간들
솔직히 처음에는 사람을 부를 생각을 안 했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에 자가 수리 방법이 잘 나와 있으니까 대충 조절 나사 몇 개 돌리면 해결될 줄 알았다. 예전에 집에서 아파트현관문손잡이 직접 갈아본 적도 있고, 가구 리폼하면서 조그만 접이식경첩 다는 작업 같은 건 식은 죽 먹기로 해치웠던 터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문 아래쪽에 있는 번쩍이는 스텐레스 커버를 드라이버로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내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흙먼지와 시커먼 기름때가 뒤엉켜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쇠뭉치가 바닥에 박혀 있었다. 인터넷을 더 검색해 보니 이게 단순한 경첩이 아니라 강화유리힌지 혹은 플로어 힌지라고 부르는 녀석인데, 내부 유압이 터지면 조절 나사를 아무리 돌려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문이 제멋대로 흔들릴 때의 느낌은 마치 자동차를 오래 탔을 때 가야바쇼바 터져서 차체가 주체 없이 출렁거리는 골치 아픈 느낌과 참 비슷했다.
결국 동네 열쇠 사장님을 부르고 판이 커졌다
결국 스스로 고치겠다는 고집을 꺾고 상계동 근처에서 오래 일하셨다는 열쇠 전문점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전화를 받자마자 증상을 몇 개 물어보시더니 십중팔구 바닥 힌지가 터진 거라며 교체해야 한다고 하셨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한 사장님은 바닥 커버를 열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안쪽에서 까만 기름이 흘러나와 굳어 있었는데, 이건 이미 수명이 다해서 내부 압력을 전혀 잡아주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셨다. 게다가 문을 여닫을 때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움직여야 하는데, 내부 베어링종류 중 하나가 완전히 마모되어 유격이 생긴 모양이었다. 문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치 산업용 기계의 LM 가이드가 뻑뻑해져서 꺼덕거리는 것처럼 움직임이 둔탁했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사장님은 힌지뿐만 아니라 바닥에 묻혀 있는 철제 케이스까지 통째로 뜯어내서 교체해야 한다며 일이 커질 것을 예고하셨다.
방화문을 아예 통째로 바꿀까 고민했던 순간의 계산들
바닥을 콘크리트까지 깨 가면서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강화유리문을 떼어버리고 튼튼한 철문으로 교체하는 게 나을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예전에 아는 지인이 창고 문을 바꾸면서 얘기해 줬던 방화문교체비용 생각이 났다. 대략 문짝과 프레임까지 다 하면 60만 원에서 70만 원 선은 기본으로 넘어간다고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큰 단독주택의 멋진 대문가격 같은 걸 생각하면 이것도 싼 편이겠지만, 당장 내 지갑 사정에서는 너무 큰 지출이었다. 반면에 힌지와 하부 케이스를 통째로 교체하는 비용은 사장님이 16만 원을 부르셨다. 어차피 남의 건물이고 몇 년 뒤에 나갈지도 모르는 처지인데 굳이 문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원래 있던 강화유리힌지 교체 작업으로 진행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시끄러운 먼지 구덩이 속에서 보낸 두 시간 반의 작업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기존 케이스가 바닥 시멘트에 너무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함마드릴로 주변을 깨부숴야 했다. 좁은 골목길에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총이 느껴져서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사장님은 트럭에서 시멘트 포대와 무슨 녹슨 배관부품 같은 부속품들을 이것저것 꺼내오시더니 바닥 수평을 맞추기 시작하셨다. 새로 들어갈 킹 8300 모델의 힌지 박스를 안착시키고 급결 시멘트로 주변을 채우는 과정이 무척 번거로워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원래 한 시간 정도면 끝난다고 하셨는데, 바닥 타일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굳은 시멘트를 깨내느라 결국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모양새가 갖춰졌다.
쾅 소리는 안 나지만 왠지 모르게 여전히 찝찝한 뒷맛
작업이 끝나고 나니 문은 확실히 예전처럼 쾅 소리를 내며 닫히지 않는다. 스르륵 부드럽게 닫히다가 마지막 순간에 툭 하고 멈춰 서는 정적인 닫힘이 마음에 들기는 한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사장님이 떠나신 뒤 바닥을 청소하다 보니, 새로 얹은 스텐레스 커버가 기존 바닥 타일보다 아주 미세하게 위로 솟아올라 있는 게 보였다. 밟고 지나다닐 때 발끝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참 신경 쓰인다. 다시 전화를 해서 깎아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원래 이 정도 오차는 감수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게다가 시멘트 냄새와 오래된 윤활유 냄새가 며칠째 지워지지 않아 환기를 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일단 큰돈 들여 고치긴 했는데, 이 힌지라는 물건이 앞으로 몇 년이나 버텨줄지, 다음번에도 이런 난리를 겪어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바닥에 스텐레스 커버가 살짝 올라갔다니, 정말 난감하네요. 꼼꼼하게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튜브 영상 보면서 혼자 낑낑거리다가 큰일 날까 봐 진짜 걱정됐어요. 강화유리 교체 비용 생각하면 덜컥 부담이 되네요.
강화유리 힌지 문제… 유튜브 영상 보면서 혼자서 고생할 뻔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