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현관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 앞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에버넷 도어락 번호판을 터치했는데, 평소의 그 삑- 하는 경쾌한 알림음 대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다. 처음에는 건전지가 다 됐나 싶어서 손등으로 세게 문질러도 보고, 평소 쓰던 습관대로 터치패드 위쪽을 꾹 눌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묵묵부답. 정말 당황스러웠다. 아파트 복도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괜히 혼자 서 있으니 민망하기까지 했다. 사실 예전에도 건전지 방전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대비를 해둘까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또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집 앞에 쪼그려 앉아 검색만 백 번
결국 복도에 쪼그려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도어락 업체를 미친 듯이 검색했다. 게이트맨이나 탱크도어락 같은 건 주위에서 많이 들어봤는데, 우리 집 문에 달린 건 좀 오래된 모델이라 그런지 부품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유튜브에 ‘도어락 강제 개방’이라고 검색해 봤는데, 9V 건전지를 비상 단자에 갖다 대면 임시로 전원이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었다. 편의점에 달려가서 9V 건전지를 사 올까 고민했지만, 만약 그래도 안 열리면 어쩌나 싶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퇴근하고 올라오는 옆집 주민과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 수상한 사람 취급받는 것 같아서 괜히 가방에서 짐을 꺼내는 척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비싼 출장비 고민과 수리 업체의 부름
결국 밤 9시가 넘어가니 배도 고프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서 근처 열쇠 수리점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목소리가 무척이나 건조하고 무뚝뚝했는데, 현 상황을 설명하니 다짜고짜 출장비가 5만 원에서 7만 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 단순히 건전지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 돈을 다 내야 하나 싶어서 망설여졌다. 사실 조금 더 기다리면 건전지 방전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내일 아침에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당장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낼지 생각하니 그냥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겨우 문을 열고 들어온 뒤의 묘한 허무함
사장님이 오셔서 기계를 몇 번 툭툭 치더니 5분도 안 돼서 문을 열어주셨다. 결과적으로는 건전지 단자가 헐거워져서 접촉 불량이 난 거였지, 기계 고장이 아니었다. 허탈했다. 출장비 6만 원을 계좌로 보내드리고 문을 닫는데, 방금 전까지 그렇게 절박하게 열고 싶었던 문이 이제는 그냥 평범한 현관문으로 보였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밖에서 쩔쩔맸는지 모르겠다. 예전 자취방에서 쓰던 로크프로나 혜강도어락은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하필 오늘따라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직도 찝찝하게 남은 불안감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서 건전지를 다 새걸로 갈아 끼웠다. 도어락 숫자를 누를 때마다 나는 소리가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크고 날카롭게 들린다. 사장님은 내일 당장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라고 했지만, 왠지 그냥 쓰다가 고장 나면 그때 바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고민하겠지. 요즘은 스마트홈 연동이다 뭐다 해서 복잡한 기능이 많다던데, 그냥 이런 단순한 기계조차 말썽을 부리는 걸 보면 너무 많은 기능을 기대하는 것도 사치인가 싶다. 내일 출근할 때는 문이 제대로 잠길지 벌써부터 좀 걱정된다. 그냥 열쇠 구멍이 있는 옛날 문이 그리운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건전지 방전 문제였던 게 다행인 건가요? 저는 비슷한 경험 때문에 항상 비상용 건전지를 챙겨 다니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9V 건전지 활용 팁도 좋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유튜브로 급하게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혹시 문 종류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로크프로랑 혜강도어락은 정말 오래갔던 것 같아요. 충전기 문제였나 보네요, 다행히 간단한 문제였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