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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밖에서 문이 안 열려서 30분을 서성였다

갑자기 먹통이 된 현관문 도어락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늘 그렇듯 익숙하게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서서 번호키 덮개를 올리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평소라면 띠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야 하는데, 기계에서 반응이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어서 다시 한 번 차분하게 눌러봤다. 그런데 평소 잘 들리던 버튼음도 안 나고 화면만 희미하게 깜빡거리는 거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게 요즘 많이 쓴다는 솔리티 도어락인데, 설치한 지 겨우 2년 조금 넘었나 싶었다. 설마 벌써 고장인가 싶어서 덮개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는데, 아무런 소리도 안 나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집 앞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시간

밖은 춥고, 배는 고프고, 내일 입을 옷은 안에 다 있는데 문이 안 열리니 정말 사람이 무력해지더라. 혹시나 해서 근처 편의점에 가서 9V 건전지를 하나 사 왔다. 예전에 어디선가 비상시에는 건전지를 대고 번호를 누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얼핏 났기 때문이다. 편의점 사장님한테 급하게 건전지 있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있다고 해서 5,500원을 주고 샀다. 다시 집으로 달려와 비상 단자에 건전지를 대고 한참을 씨름했다. 그런데도 묵묵부답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아예 도어락 내부 메인보드 자체가 나간 거였나 보다. 30분 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는데, 복도식 아파트라 옆집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괜히 뻘쭘해서 짐 정리하는 척하느라 더 힘들었다.

급하게 부른 열쇠 수리 기사님

결국 밤 9시가 넘어서야 도어락 수리하는 곳을 검색했다. 사실 어디가 잘하는지 비교할 여유도 없었다. 그냥 가까운 곳, 지금 바로 올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대로 전화를 걸었다. 어떤 분이 받으시더니 비용이 출장비 포함해서 8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솔직히 비싼지 싼지 따질 겨를도 없었다. 그냥 문만 열리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40분 정도 기다리니 기사님이 오셨는데, 드릴로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구멍을 뚫으시더라. 내 소중한 문에 구멍이 나는 걸 보는데 마음이 좀 아팠다. 근데 기사님이 하는 말이 도어락 수리보다 아예 새 걸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하셨다. 고민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새 제품으로 달아달라고 했다.

도어락 교체 후 든 이상한 기분

결국 20만 원이 조금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새 도어락을 달았다. 에버넷 도어락이었나, 예전에 쓰던 것보다 훨씬 투박하게 생겨서 디자인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일단 문이 열린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기사님이 가시고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데 왠지 모르게 허탈했다. 퇴근하고 쉬고 싶었는데, 도어락 하나 때문에 저녁 시간을 다 날려버린 게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퇴근하지 않았을 때 도어락이 고장 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밖에서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거나, 아니면 비상시에 열리지 않아 고립되는 상황을 상상하니 기분이 묘했다. 인터넷에서 도어락 수리 후기를 찾아보면 다들 깔끔하게 고쳤다는 이야기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요란하게 고쳤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까 새 도어락 손잡이가 조금 헐거워진 느낌이 든다. 어제 급하게 설치하느라 제대로 안 된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건지 잘 모르겠다. 기사님한테 다시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도, 또 오셔서 이것저것 만지시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둔다. 문은 잘 열리니까 그냥 써야지. 그런데 자꾸만 현관문을 열 때마다 어제의 그 차갑던 복도 공기가 생각나서 손에 힘을 꽉 쥐게 된다. 고장 난 도어락을 버리면서도 이게 정말 수리가 안 되는 거였는지, 아니면 그냥 새 제품을 팔기 위한 영업이었는지 확신이 안 선다. 언젠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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