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직전 강화유리문이 꼼짝도 하지 않던 순간
사무실에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시계를 보니 벌써 밤 8시 반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대충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고 불을 끈 뒤, 평소처럼 유리문으로 된 출입문을 닫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원래라면 띡띡 소리와 함께 잠겨야 할 사무실도어락에서 모터가 헛도는 듯한 둔탁한 소리만 반복되더니, 이내 아무런 반응이 없어졌다. 하필이면 그 퇴근하려던 순간에 도어락잠김 상태로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일하는 울산 남구의 이 오래된 상가 건물은 밤이 되면 복도 불도 침침해지고 무척 으스스해지는데, 문 앞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이고 말았다. 손잡이를 밀어보고 당겨봐도 강화유리문 사이에 단단히 걸린 잠금장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쪽에서 잠긴 거라 밖에서 비밀번호를 쳐봐도 무반응이었다. 예전에 쓰던 투박한 수동 방식의 유리문열쇠가 문득 그리워졌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카드키나 번호로 여닫는 출입문도어락을 다들 쓴다지만, 이렇게 갑자기 노후화로 고장 나면 대책이 없다는 걸 몸소 겪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수동 열쇠와 디지털 도어락 사이에서 갈등했던 기억
처음 이 사무실로 이사 왔을 때는 번호키가 아니라 아래쪽에 열쇠를 꽂아서 돌리는 옛날식 강화도어보조키가 달려 있었다. 매번 출퇴근할 때마다 허리를 숙여서 아래쪽 열쇠 구멍을 찾고 자물쇠를 잠그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사무실 이전 초기에 바꾼 것이 지금 쓰고 있는 COMMAX도어락 제품이었다. 확실히 번호만 누르고 들어가니 평소에는 편하긴 했지만, 가끔 문틀 수평이 안 맞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잠금 쇠가 제대로 걸리지 않아 경고음이 삐빅거리며 울려대서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나무문도어락 같은 종류들은 문 프레임이 단단한 목재로 잡혀 있어서 에러가 적다던데, 유리문은 틈새가 조금만 벌어져도 잠금 쇠가 걸쇠 구멍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기 일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옆 사무실처럼 차라리 미닫이도어락을 달아서 쓰고 있던데, 그게 덜 고장 나는지 미리 물어볼 걸 그랬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늦은 시간에 기사님을 부르고 대기하던 지루한 시간
결국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주변 열쇠 수리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출장 수리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만 다른 현장에서 작업 중이시라며 5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복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기사님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1층 공동현관에 있는 자동문은 밤 9시가 넘으면 입주민 카드나 경비실 통화 없이는 안 열리는 구조라, 기사님이 도착하셨을 때 1층까지 직접 내려가서 열어드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복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스스로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안쪽의 나무로 된 사무실 내실 문에 달린 평범한 방문잠금장치들은 몇 년 동안 고장 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가장 중요한 바깥쪽 출입문만 수시로 말썽을 피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보다 간단해 보였지만 비용은 무거웠던 수리 과정
마침내 도착하신 열쇠 기사님은 낡은 가방에서 몇 가지 공구를 꺼내시더니 문틈을 유심히 살펴보셨다. 유리문 자체가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 아래로 처지게 되었고, 그 바람에 도어락 데드볼트가 들어가는 구멍의 위치가 완전히 어긋난 게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그 어긋난 상태로 모터가 억지로 작동하려다 보니 내부 플라스틱 기어까지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고 하셨다. 기사님은 기존 제품을 고쳐 쓰는 것은 불가능하고,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권하셨다. 내일 당장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도 있고, 문을 열어둔 채 그냥 퇴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새로운 번호키로 부품을 통째로 교체하게 되었는데, 야간 출장비와 부품 교체 비용을 합쳐서 총 15만 원이라는 지출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큰돈이 갑자기 나가게 되니 속이 쓰렸지만, 이 늦은 밤에 신속하게 와서 해결해 주신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조용히 계좌이체를 해드렸다.
방문잠금장치나 다른 문들과 비교해보며 든 생각
기사님이 좁은 틈새에서 땀을 흘리며 작업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집 현관문이나 일반 방문잠금장치 같은 것들에 비해 상가 강화유리문은 참 관리가 까다롭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집에서 흔히 쓰는 디지털 도어록은 문틀이 단단한 철제라 뒤틀릴 일이 거의 없는데, 유리문은 위아래를 고정하는 힌지(경첩)가 조금만 닳거나 헐거워져도 문 전체가 주저앉아 버린다. 이번 기회에 아예 유리문 아래쪽에 묻혀 있는 힌지 박스까지 다 열어서 교체할까 고민했지만, 그렇게 하면 수리 비용이 35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는 말에 그냥 일단 참기로 했다. 어차피 내 건물도 아니고 전세나 월세로 들어와 있는 임대 사무실 처지라 그렇게 큰돈을 들여 건물을 보수해 주는 것이 심리적으로 억울하기도 했다. 결국 당장 급한 도어락 위치만 새로 맞춰서 고정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리는 문을 보며 남는 찜찜함
수리가 끝나고 새로 단 번호키에 비밀번호를 등록한 뒤, 문을 열고 닫는 테스트를 대여섯 번 반복해 보았다. 부드럽게 잘 잠기기는 하지만, 문을 조금만 세게 닫아도 여전히 유리가 덜커덩거리며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손끝으로 느껴졌다. 기사님 말씀으로는 바닥 힌지 자체의 수명이 거의 다 되어서 기름이 새고 있으니, 조만간 문이 바닥에 긁히는 소리가 나거나 쾅쾅 닫히기 시작하면 그때는 진짜 힌지를 갈아야 할 거라고 경고하셨다. 일단 당장 오늘 퇴근은 해야 하니 문이 잠기는 것만 확인하고 서둘러 사무실 불을 끄고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내내 그 미세한 유리문의 흔들림과 다음 달에 나갈 임대료 걱정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조만간 또 문이 안 열려서 밤중에 기사님을 부르는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동문은 밤에 열리지 않는 구조라, 기사님 오기까지 기다리는 게 정말 답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