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하나가 헛돌기 시작했을 때의 당혹감
며칠 전부터 화장실 문이 이상했다. 문손잡이를 잡고 돌릴 때마다 뭔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문제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으려고 문을 열려는데, 손잡이가 헛돌면서 문이 꼼짝도 안 하는 거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안에서 잠긴 게 아니라 밖에서 안 열리는 상황이라니. 다행히 집에 혼자 있었던 건 아니어서 가족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오긴 했는데, 그때 그 식은땀이란. 결국 그날 밤 잠들기 전까지 식탁 위에 두고 끙끙대며 기존 손잡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동네 철물점에서 사 온 1만 5천 원짜리 손잡이
다음 날 아침, 곧장 동네 철물점에 들렀다. 사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훨씬 예쁜 디자인이 많다는 걸 알지만, 당장 문이 안 닫히는 상태라 마음이 급했다. 사장님한테 적당히 무난한 걸로 달라고 했더니 은색의 평범한 문손잡이를 건네주셨다. 가격은 1만 5천 원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설치를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기존에 달려있던 건 십자드라이버로 풀면 금방 빠질 줄 알았는데, 녹이 슬어 나사 머리가 뭉개져 있었다. 여기서부터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나사를 빼내려고 별짓을 다 하다가 결국 드라이버가 미끄러져 손등을 긁히고 말았다.
생각보다 훨씬 지저분했던 문짝 내부
우여곡절 끝에 옛날 손잡이를 떼어내고 나니 문짝 안쪽이 정말 엉망이었다. 곰팡이인지 먼지인지 모를 것들이 가득해서 일단 청소부터 해야 했다. 닦아내고 새 손잡이를 끼우려는데, 문 두께랑 손잡이 중심축 거리가 미묘하게 맞지 않았다. 분명 표준 규격이라고 들었는데 왜 안 맞는 건지.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벌써 2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손에는 기름때가 묻고, 허리는 아파오고, 도대체 이걸 왜 내가 직접 하겠다고 사서 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관리사무소에 전화하거나 수리 업체를 부를 걸 그랬나 싶다가도,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멈출 수도 없었다.
억지로 맞춘 뒤의 찜찜한 뒷맛
어찌어찌 위치를 조정해서 나사를 조였다. 문이 제대로 닫히고 열리는 걸 확인하고 나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새 손잡이인데도 뭔가 헐거운 느낌이 들어서 계속 힘을 주어 만져보게 된다. 이게 잘 고정된 게 맞는지, 나중에 또 갑자기 안 열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문짝 시트지가 손잡이 주변으로 조금 뜯겨 나간 것도 눈에 거슬린다. 나중에 시트지 작업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눈앞의 문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결국은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답이었을까
다음 주에는 거실 방문 손잡이도 바꿔야 하는데,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이번처럼 나사가 헛돌거나 규격이 안 맞으면 또 반나절을 버려야 할 테니까. 예전에는 이런 간단한 집수리는 당연히 직접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번에 1만 5천 원으로 해결했으니 경제적으로는 이득을 본 셈이지만, 들인 노력에 비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지금도 문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그때의 뻑뻑한 느낌이 떠올라 괜히 조심스럽게 돌리게 된다.

손잡이 바꾸는 것 하나 때문에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네요. 문 안쪽 상태도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요.
문이 꼼짝도 안 하는 거 보니, 제 화장실 문고리도 자주 뻑뻑할 텐데. 곰팡이 제거 청소도 꽤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