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멈춰버린 현관 도어락
지난주 퇴근길이었다. 평소처럼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 패드에 손을 올렸는데 평소 들리던 경쾌한 터치음이 안 들렸다. 너무 지친 상태라 처음엔 내가 너무 가볍게 터치했나 싶었다. 다시 한번 조금 세게 눌러봐도 묵묵부답.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 딱 3년이 다 되어가는데, 도어락 배터리를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보통은 교체 시기가 되면 경고음이 울린다는데, 왜 그런 소리를 못 들었는지 아니면 무시하고 지나쳤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문은 굳게 닫혀있고, 안에서는 텔레비전 소리만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상황이었다.
집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지갑도 현관 안에 두고 나왔으니 난감했다. 다행히 근처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휴대폰 결제로 9V 사각 건전지를 하나 샀다. 가격은 4,5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예전에 어디선가 디지털 도어락이 방전되면 9V 건전지를 비상 단자에 갖다 대면 전원이 들어온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이게 정말 될까 싶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편의점 사장님은 내 몰골이 하도 당황스러워 보이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그냥 배터리가 다 됐다고 얼버무렸다. 돌아오는 길에 식은땀이 식으면서 묘하게 서글픈 기분까지 들었다. 이깟 기계 하나가 내 일상을 이렇게 순식간에 정지시킬 줄이야.
비상 단자를 찾느라 헤매는 시간
현관문 앞에 다시 섰다. 9V 건전지를 도어락 하단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단자에 대고 꾹 눌렀다. 그런데 패드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접촉 불량인가 싶어 이리저리 문질러도 봤다. 한 5분 정도 낑낑대다 보니 옆집 사람이 들어오는데 괜히 민망해서 벽 쪽으로 몸을 숨겼다. 내가 뭐 범죄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하게 굴어야 하는지. 알고 보니 9V 건전지를 대는 방향이 문제였다. 설명서를 읽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결국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틈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위치를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삑-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다시 살아났을 때의 안도감이란.
스마트 도어락에 대한 묘한 불신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배터리를 모두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진작 좀 챙길 걸 하는 후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예민하게 설계되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 아파트들은 지문 인식에 스마트폰 연동까지 된다지만, 나는 여전히 물리적인 열쇠 하나쯤은 챙겨 다니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하다는 게 결국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깡통이 된다는 사실을 매번 잊고 산다. 예전엔 열쇠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배터리 방전이 더 무섭다. 3년 전 이사 올 때 받았던 그 마스터키가 어딘가 처박혀 있을 텐데, 이제라도 찾아서 가방에 넣어두어야 할까 싶다.
앞으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
결국 30분 정도 복도에서 실랑이를 벌인 셈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너무 평온해서 오히려 허탈했다. 나 혼자 밖에서 얼마나 발을 동동거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당황하지 말고 바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아예 문을 열어주는 전문 업체를 불러야 할까. 검색해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일단은 다음부터는 도어락 경고음이 들리면 무조건 바로 교체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며칠 지나면 또 까맣게 잊고 살겠지. 이런 식의 작은 불편함들이 하나둘씩 쌓여서 나를 더 조심성 많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9V 건전지 방향 때문에 문제가 된다니, 설명서 확인 없이 당황한 것도 이해가 가네요. 혹시 다른 브랜드 도어락도 같은 문제일까요?
9V 건전지 쓰는 방법, 실제로 시도해 보셨나 보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신경 쓰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