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문에 도어락을 달기로 마음먹은 날
얼마 전 할머니가 지내시는 시골집에 내려갔다가 문득 도어락이 없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동안은 당연하게 열쇠를 쓰셨는데, 최근 들어 자꾸 열쇠를 어디 두셨는지 깜빡하신다고 하니 마음이 좀 쓰였다. 사실 도어락이라는 게 아파트에 살 때는 그냥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 하거나 유명한 삼성SDS도어락 같은 거 적당히 골라서 설치 기사님 부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상황이 좀 다르다. 문이 그냥 일반적인 아파트 방화문이 아니라 옛날 스타일의 나무 문,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목문이다. 아파트에서처럼 평평한 철판에 구멍이 딱 뚫려 있는 게 아니라서 뭘 사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인터넷에서 뒤져본 도어락들의 현실
대충 찾아보니 요즘 나오는 혜강도어락이나 게이트맨 같은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 방화문 전용이 많았다. 목문용 도어락을 찾으려고 검색창에 한참을 매달렸다. 10만 원 안팎이면 괜찮은 걸 사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사양을 읽어보니 내 눈엔 다 비슷해 보였다. 누군가는 베스틴도어락이 가성비가 좋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그냥 싼 게 최고라며 아무거나 사서 달면 된다고 했다. 고민하다가 결국 목문용으로 나온 손잡이 일체형 제품을 골랐는데 가격이 7만 원대였다. 일단 주문은 했는데 배송 박스를 뜯어보니 설명서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아파트에서 했던 건 그냥 나사 몇 개 풀고 조이는 게 다였는데, 이건 문 두께도 애매하고 문틈 사이의 여유 공간도 계산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커팅 작업의 늪
물건을 받고 나서 직접 달아보려는데 시작부터 꼬였다. 문에 이미 달려 있는 구형 손잡이를 떼어내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녹이 슬어서 나사가 꿈쩍도 안 했다. WD-40을 뿌려가며 겨우 떼어냈는데, 새로 산 도어락의 본체 크기가 기존 구멍과 딱 맞질 않았다. 목문이라서 나무를 깎아내거나 길을 내는 커팅 작업이 필수였다. 전동 드릴은 가져갔지만 정교하게 나무를 파낼 만한 도구는 없었다. 집 안에 있던 투박한 끌과 망치를 들고 한 시간 넘게 낑낑대며 나무를 조금씩 쪼개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는데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인가 싶었다. 그냥 동네 열쇠집을 부를 걸 그랬나 싶다가도, 여기까지 와서 기술자 부르기가 왠지 오기가 생겼다.
엉성하게 마감된 문틈을 보며
겨우겨우 본체를 고정하고 나니 뿌듯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커팅을 너무 거칠게 해서 도어락 본체 주변으로 나무 가루가 다 튀고 문틈이 매끄럽지 못하다. 작동은 잘 된다. 비밀번호를 누르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데, 옆에서 지켜보시던 할머니는 이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신기해하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영 엉성하다. 문이 닫힐 때 걸쇠 부분이 잘 맞지 않아서 문을 살짝 들어 올려야 잠기는 상태다. 이것도 문틀을 또 깎아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도구도 없고 힘도 다 빠져버렸다. 결국 이 상태로 며칠 쓰다가 나중에 보수하기로 하고 대충 마무리했다.
여전히 남는 찝찝함과 불확실성
다 설치하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처음엔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파트 방화문이라면 30분이면 끝났을 일이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사실 설치하면서도 계속 의문이 들었다. 안면인식도어락 같은 고급 모델을 달면 더 편했을까, 아니면 그냥 유리도어락처럼 끼우는 방식을 썼으면 나았을까. 결과적으로 문은 잠기지만, 왠지 비가 많이 오거나 습한 날씨가 되면 나무가 뒤틀려 작동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남는다. 시골집이라 겨울에 문이 얼어붙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그냥 전문가를 불렀다면 비용은 15만 원 정도 들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찝찝하게 끝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 열쇠 걱정은 덜었으니 된 거겠지, 라고 애써 위안 삼아본다. 나중에 다시 내려가서 문틀 수평이라도 제대로 잡아야겠다.

커팅 작업 때문에 진짜 땀만 뻘뻘 흘렸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전문가를 부르는 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인 것 같아요.
문이 목문이라는 점이 흥미롭네요. 아파트 문과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설치 과정이 훨씬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