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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날

갑자기 현관문이 꼼짝도 안 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도어락이 먹통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배터리가 다 됐나 싶어서 가까운 편의점에 뛰어가 9V 건전지를 사 왔다. 급하게 사느라 5,000원 정도를 쓴 것 같은데, 비상 단자에 갖다 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보통은 띠링 소리가 나면서 숫자가 떠야 정상인데,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났다. 5년 넘게 쓰던 MILIE 도어락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고장이 날 줄은 몰랐다. 그냥 멍하니 현관 앞에 서서 어떡하나 고민만 했다. 복도식 아파트라 지나가는 사람 눈치도 보이고, 집 안에서는 분명 아무 일도 없는데 나만 밖에서 바보처럼 서 있는 게 참 묘한 기분이었다.

도어락 수리 기사님을 부르기까지

결국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봤는데, 도어락은 세대 개인 사유라 직접 업체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배곧신도시 근처에 도어락 당일 설치나 수리를 해주는 곳을 급하게 검색했다. 사실 어디가 잘하는지 알 턱이 없으니 그냥 후기가 좀 많은 곳에 전화를 돌렸다. 몇 군데는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하고, 한 곳에서 한 시간 뒤에나 올 수 있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복도에서 서성거리는데, 옆집 사람이 나와서 힐끔 쳐다보고 들어가는 게 참 뻘쭘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도어락 상태를 좀 체크해둘걸 하는 뒤늦은 후회만 들었다.

설치 기사님의 뜻밖의 진단

기사님이 도착해서 기계를 뜯어보시더니, 단순히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메인보드 쪽 부품이 노후화돼서 쇼트가 난 것 같다고 하셨다. 수리를 해도 얼마 못 갈 거라고 하셔서 결국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대략 20만 원 중반대의 비용이 들었는데, 당장 집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흥정할 여유도 없었다. 새 도어락은 지문 인식 기능도 있고 버튼도 큼직해서 확실히 예전 것보다 편하긴 했다. 그런데 왜 진작 안 바꿨을까 싶은 생각보다는, 그냥 갑자기 목돈이 나간 게 좀 억울한 마음이 더 컸다. 기사님은 30분 만에 작업을 끝내고 가셨고, 나는 텅 빈 거실에 들어와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편리함 뒤에 남는 묘한 찜찜함

새 제품은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반응 속도가 빠르다. 예전 도어락은 가끔 비밀번호를 누를 때 인식이 잘 안 돼서 서너 번씩 다시 누르곤 했는데, 지금은 슥 대기만 해도 열린다. 그런데 예전 도어락이 내 손때가 묻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내 집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였는지, 갑자기 바뀐 현관문의 감촉이 아직은 조금 낯설다. 출입문 도어락이 이렇게 예고 없이 고장 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았다. 다음에는 미리미리 배터리라도 좀 챙겨둬야겠다 싶지만, 막상 며칠 지나면 또 잊고 살 것 같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사실 도어락을 새로 바꾸고 나서 드는 생각인데, 이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나중에 다른 제품이랑 비교해보니 비슷한 가격대에 더 세련된 디자인도 많던데, 너무 급하게 고르느라 디자인은 거의 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문 잠김 현상이 또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불안함이 조금 남아있다. 어제까지 잘 쓰던 물건이 오늘 갑자기 고철이 된다는 게,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수리 업체를 부르겠지만,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 앞 복도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날”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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