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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도어락이 멍청하게 굴 때

현관문 앞에서 멈춰버린 퇴근길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는 하루였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몸은 천근만근이라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도어락이 평소와는 다르게 삐 소리를 짧게 한 번 내고는 반응이 없더라. 처음에는 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어서 다시 차분하게 천천히 눌러봤다. 그런데도 여전히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은 꿈쩍도 안 했다. 예전에 삼성홈오토 설치할 때 기사님이 건전지 없으면 소리가 달라진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설마 싶어 도어락 상단 커버를 밀어봤는데 이게 웬걸, 이미 뻑뻑해져서 잘 열리지도 않았다.

집 앞에 멍하니 앉아 검색하던 시간

결국 복도에 쪼그려 앉아서 스마트폰을 켰다. 일단 검색창에 ‘방화문도어락 먹통’이라고 쳐봤는데, 나오는 건 죄다 광고뿐이었다. 누구는 무슨 기계를 가져와서 3분 만에 땄다는 둥, 누구는 무조건 업체 부르지 말고 9V 건전지를 대보라는 둥 말이 다 달랐다. 9V 건전지가 어디 흔한 물건인가. 편의점까지 뛰어갈까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근처 열쇠수리 업체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전화를 받는 곳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한곳이 연결되었다. 비용을 물어보니 출장비 포함 5만 원 정도 부를 거라고 하길래 일단 알겠다고 했다. 사실 이게 적정한 가격인지 비싼 건지 따질 여유도 없었다.

결국은 전문가를 불렀지만 마음은 불편

30분쯤 지나서 기사님이 도착했다. 도구를 몇 번 넣고 뺐더니 정말 허무하게 문이 열렸다. 내가 한 시간 동안 끙끙대던 게 민망할 정도로 빨랐다. 기사님은 도어락 자체 문제보다는 내부 걸쇠가 살짝 틀어진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냥 건전지 교체하고 문만 다시 잘 닫히게 조정해주셨다. 5만 원을 계좌로 보내드리고 문이 열리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게 살면서 가끔 겪는 일인데, 막상 닥치면 왜 이렇게 당황스러운지 모르겠다. 차키나 열쇠를 잃어버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답답함이다.

아직도 찝찝하게 남은 불안함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도어락을 아예 새로 바꿔야 하나 고민도 잠시 했는데, 또 당장 돈 들이는 것도 아까워서 일단 그냥 쓰기로 했다. 예전에 도어락카드키를 따로 등록해 둔 게 있었는데, 혹시나 싶어서 그걸 찾아보니 어디 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나중에 혹시라도 또 안 열리면 그때는 카드키라도 써야 할 텐데, 그 카드키마저 어디 처박혀 있는지 모르니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하다. 내일은 시간 날 때 예비 키라도 찾아서 잘 보이는 곳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내일 퇴근하면 또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열쇠 수리 한 번 받았다고 집이 더 안전해진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돈만 쓴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도어락이 다음에도 잘 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도어락이 멍청하게 굴 때”에 대한 4개의 생각

  1. 9V 건전지 문제 때문에 업체까지 불러야 하다니, 정말 답답하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경우엔 우선 다른 종류의 건전지를 몇 개 준비해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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