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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문이 안 열려서 도어락을 뜯어내던 날

밤 9시에 멈춰버린 현관 도어락

지난주 수요일이었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도어락이 묵묵부답이었다. 평소에 삼성디지털도어락을 쓰고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터치패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거다. 처음엔 건전지가 다 됐나 싶었다. 9볼트 건전지를 사러 편의점을 가야 하나 싶어 신발을 고쳐 신는데, 문득 예전에 쓰던 코맥스도어락 고장 났을 때랑 증상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정말 당황해서 열쇠 수리 업체를 불렀는데, 출장비만 8만 원 정도 깨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당장 밤 9시에 사람을 부르기도 좀 그렇고, 일단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보고 싶었다.

억지로 뜯어내려다 생긴 작은 소동

집 안 서랍을 뒤지니 예전에 사둔 드라이버 세트가 보였다. 도어락을 아예 뜯어버리면 열리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무작정 나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사가 헛도는 느낌이 들더니 나중에는 아예 뭉개져 버렸다. 옆집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자꾸 신경이 쓰여서 더 조급해졌던 것 같다. 예전에 관리사무소 아저씨가 방문손잡이 바꿀 때 나사는 힘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고 했던 게 뒤늦게 생각났다. 결국 30분을 끙끙대다가 도어락 하단부를 억지로 벌렸는데, 이게 정말 미련한 짓이었다. 락프로 제품을 쓰는 친구가 옆에서 봤으면 웃었을 거다.

밸브잠금장치까지 생각했던 그때의 막막함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문을 못 열면 내일 아침 출근은 어떻게 하지? 가스 밸브잠금장치나 사물함번호키를 교체할 때 썼던 도구들이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공구함을 다 꺼내서 거실 바닥에 쏟아놨다. 자커자물쇠 같은 거나 예전에 학교에서 쓰던 투박한 자물쇠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디지털 도어락 구조가 복잡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냥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차단기잠금장치라도 있으면 좀 더 정교하게 작업했을 텐데, 지금 손에 든 건 그저 다이소표 십자드라이버 하나뿐이니 답이 없었다.

결국은 사람을 부르는 게 빨랐을지도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문을 열었다. 도어락 본체를 거의 부수다시피 해서 뜯어냈는데, 정작 문제는 건전지 누액 때문에 접촉 불량이 일어난 거였다. 내가 아까 9볼트 건전지 단자를 억지로 갖다 댔을 때 살짝 불이 들어왔던 이유가 있었다. 그걸 진작 알았더라면 멀쩡한 기계를 부수지는 않았을 텐데. 새로운 도어락을 급하게 쿠팡으로 시켰는데, 로그홈 제품이 무난해 보여서 그걸로 주문했다. 설치 비용까지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냥 수리 업체를 부르는 게 훨씬 저렴하고 정신 건강에도 좋았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20만 원 가까운 돈을 쓰고 나니 현타가 왔다.

설치 후에 남은 찜찜한 잔해들

새로 주문한 도어락이 도착해서 어제 설치를 끝냈다. 셀프로 설치하는 게 처음에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나사 하나하나 끼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현관문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건 덤이다. 예전에 쓰던 흔적들이 문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돈도 돈이지만, 저녁 내내 문 앞에서 땀 흘리며 씨름했던 시간이 참 허무하다. 누군가는 이런 게 다 경험이라고 하지만, 나는 당분간은 뭐든 고장 나면 섣불리 건드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냥 다음부터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인생의 질을 높이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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