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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벽까지 롤온 부품이랑 씨름했다

어쩌다 열쇠 뭉치를 분해하게 되었나

며칠 전부터 현관문 도어락이 뻑뻑하더니 결국 퇴근길에 문이 안 열려서 애를 먹었다. 분명히 열쇠는 제대로 꽂았는데, 안에서 무언가 턱 걸리는 느낌이 나면서 도무지 돌아갈 기미가 안 보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수리 기사를 불렀을 텐데, 그날따라 괜히 오기가 생겨서 집 안에 굴러다니던 공구함을 꺼내 들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리듀서니 텔레스코픽이니 하는 전문 용어들을 검색해가며 구조를 파악해 보려고 애썼다. 사실 SR30 모델 같은 규격이 우리 집 도어락과 맞는 건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냥 무작정 센서 근처의 카바를 열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헛수고였다. 얇은 스크류볼 하나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바닥 틈새로 사라져버렸다. 한 시간 동안 엎드려 바닥을 훑었는데도 끝내 찾지 못했다.

롤온 타입의 부품이 가져온 소소한 당혹감

그러다 문득 굴러다니던 롤온 타입의 윤활제를 발견했다. 이게 원래는 두피 앰플용으로 쓰는 거라는데, 끝에 달린 볼이 돌아가는 방식이 묘하게 정밀해 보였다. 클램프 종류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니 일단 이걸로 틈새에 기름칠이나 해보자 싶었다. 어플리케이터 일체형이라 손에 묻지 않고 슥 바르기는 편했다. 멘톨 성분 때문인지 이상하게 싸한 향이 났지만, 문틈에 스며들기엔 나쁘지 않은 점도였다. 바브를 통해 흘러나오는 양이 일정치 않아서 바닥에 뚝뚝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임시방편으로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크휠 근처까지 꼼꼼하게 문질러댔더니 손목이 뻐근해졌다.

현장에서 느낀 기술의 장벽과 묘한 현타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는 글을 봤다. 굳이 이 돈을 내고 사람을 불러야 하나 싶어서 시작한 건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냥 돈을 주고 전문가를 부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현관문에 매달려 낑낑거리던 새벽 두 시에는 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웃음만 나왔다. 어차피 전문가들은 클램프 종류를 다룰 때도 훨씬 정교한 전용 도구를 쓸 텐데, 나는 롤온 앰플통을 들고 앉아 있으니 말이다. 이게 수리가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만족을 위한 노동인 건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여전히 찜찜하게 남은 마감 처리

결국 문은 열렸다. 롤온 타입의 윤활제가 틈새에 잘 들어갔는지, 아니면 그냥 힘으로 해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열쇠는 부드럽게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완전히 놓이는 건 아니다. 나중에 다시 뻑뻑해지면 그때는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혹시나 내부에 있던 핀이 휘어버린 건 아닌지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완전히 고친 게 아니라 그냥 증상만 잠시 멈춘 것 같은 기분이다. 며칠 뒤면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다음엔 진짜로 사람을 불러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또 뻑뻑해지면 공구함을 먼저 찾을 것 같은 나 자신이 조금은 한심하게 느껴진다.

불완전한 결과물과 그 이후의 생각

도어락 커버를 다시 씌우는 과정에서도 나사가 하나 남았다. 분명히 뺀 대로 조립했는데 왜 나사가 하나 남는 걸까. 이런 식으로 한두 개씩 나사가 남는 게 보통 일이다 보니 이제는 그려러니 한다. 굳이 다시 뜯어서 어디서 빠진 건지 찾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당장 문만 잘 닫히고 열리면 그만이지 싶어서 그냥 그대로 두었다. 완벽하게 수리된 상태는 아니지만, 일단락되었다고 치기로 했다. 혹시나 나중에 문이 안 열리면 그때는 진짜 전문가를 부를 생각이다. 그때는 롤온 같은 엉뚱한 도구를 찾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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