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퇴근길 현관문 앞에서 30분을 서성였던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문이 안 열렸다

어제는 정말 지독하게도 운이 없는 날이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미아동 집 앞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도어락 번호를 누르려고 손을 뻗었는데, 평소에 익숙하게 들리던 비프음이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배터리가 다 됐나 싶었다. 사실 지난주부터 도어락이 가끔 삐걱거리긴 했었다. 번호를 누를 때 반응이 반 박자씩 늦는 느낌이 들었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계속 미뤘던 게 화근이었다.

9볼트 배터리를 구하러 편의점까지

혹시나 싶어 도어락 하단에 있는 비상 전원 단자에 9볼트 건전지를 대보려고 했다. 그런데 집에 9볼트 건전지가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근처 편의점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9볼트 건전지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5,500원 정도였다. 꽤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집 안에 들어가는 게 급선무라 고민할 틈도 없었다. 헐떡이며 다시 돌아와 단자에 갖다 대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소리가 나야 할 기계가 묵묵부답이니 정말 사람 미치겠더라.

미아동 열쇠집에 전화를 돌리다

결국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문 앞에 주저앉아 인터넷 검색을 했다. ‘미아열쇠’라고 검색하니 여러 곳이 나왔는데, 대부분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안 받거나 내일 오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사실 솔리티나 에버넷 도어락 같은 것들은 자가 수리가 쉽다는 글도 봤는데, 막상 밖에서 뜯어보려고 하니 나사가 꿈쩍도 안 했다. 무리하게 힘을 주다가 문 전체를 망가뜨릴까 봐 겁이 났다. 결국 24시간 출장 수리라고 적힌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출장 기사님이 오셨는데 허무한 결말

한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기사님이 오셨다. 비용은 출장비 포함해서 대략 8만 원 정도를 부르셨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깎아달라고 할 처지도 아니어서 그냥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기사님이 쓱 보시더니 도어락 내부 단자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기계가 너무 오래돼서 메인보드가 맛이 간 것 같다고 하셨다. 기사님이 가져오신 장비로 문을 여는 데는 1분도 안 걸렸다. 정말 허무했다. 밖에서 9볼트 건전지를 대고 30분 넘게 땀을 흘린 내 모습이 생각나서 괜히 더 짜증이 났다.

도어락을 새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결국 그날은 임시방편으로 문을 열 수 있게만 해두고 돌아가셨는데, 며칠 내로 도어락을 아예 교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스마트폰 연동도 된다는데, 지금 쓰고 있는 구형 모델은 정말 언제 또 고장이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사실 예전에는 그냥 문만 열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문 앞에 갇혀서 밖에서 서성이다 보니 괜히 도어락 브랜드가 중요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

결국 새 도어락 모델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잠들었다. 그런데 막상 뭘로 바꿔야 할지 결정을 못 하겠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고, 설치비까지 포함하면 생각보다 지출이 크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가는데, 현관문 앞에 서서 왠지 또 안 열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계가 낡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교체하기 귀찮아서 그냥 쓰는 이 심리가 참 웃기다. 다음번에 또 안 열리면 그때는 진짜 전문가를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새 걸로 바로 사버려야지 싶다.

“퇴근길 현관문 앞에서 30분을 서성였던 날”에 대한 3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